월간 성망남

2026년 10월 시작

성공할 때까지 망하는 남자. 매달 하나씩 만들고, 대부분 망합니다.

0원에서 월 300만원, 놀면서 번 사업

2026-09-05

망한 아이템 #3. 운영 2년, 순이익 월 300만원, 날린 돈 0원.

10년쯤 전, 태국 여행이 너무 재밌어서 그대로 눌러앉았다.

돈은 벌어야 하는데 뭘 할지 몰랐다. 그때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하나 있었다. 일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그런데 내가 태국에서 제일 잘하는 게 노는 거였다. 그래서 매일 논 이야기를 블로그에 썼다.

이게 어디로 갈지는 전혀 몰랐다. 그냥 매일 썼다.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 태국에 있냐고, 며칠 뒤에 놀러 가는데 같이 놀 수 있냐고.

만났다. 그리고 같이 놀았다. 처음엔 그냥 놀았다. 밥값 술값은 형들이 냈다.

돈을 받기 시작했다

혈기왕성한 20대였으니 태국에서 공짜로 노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았다. 그런데 매일 놀다 보니 이것도 힘들어지더라.

안 되겠다, 돈을 받아야겠다. 저랑 노시려면 돈을 내셔야 합니다. 블로그에 쓴 것처럼 제가 노는 데 데려다 드립니다.

한 달 만에 300만원이 들어왔다. 같이 노는데 내가 돈을 받았다.

하는 일은 단순했다

낮에는 접선지에서 만나 맛집에 데려간다. 저녁엔 태국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을 부른다. 클럽에 가거나 현지인만 가는 데를 간다. 태국 남자 멤버들까지 다 불렀다.

여행자 대부분은 수박 겉핥기로 놀다 간다. 그런데 매일 여기서 노는 현지 친구들이 붙으니까,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블로그에 이렇게 써놨다. 저는 가이드가 아닙니다, 대신 같이 놀아드립니다.

그래서 고객이 아니라 형동생이 됐다. 솔직히 이렇게 돈을 벌어도 되나 싶을 만큼 꿀 같은 일이었다.

지금 하라면 못 한다. 모르는 사람이랑 술을 마신다? 상상도 안 된다. 그때는 에너지가 있었다. 20대였으니까.

진짜 남은 건 돈이 아니었다

2년 동안 온갖 사람을 만났다. 사업하는 형, 은퇴하고 놀러 온 형, 도망 온 형, 뭘 하는지 끝까지 안 밝힌 형. 매달 새로운 사람이 왔고 나는 며칠씩 붙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보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면 전부 물어봤다. 형, 나도 형처럼 성공하고 싶은데 어떻게 성공했어.

한 명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놀면서도 성공에 굶주려 있었던 것 같다.

월 300만원보다 이 대화들이 컸다. 2년 동안 수백 명한테 같은 질문을 던진 셈인데, 그게 나중에 사업하는 방식을 다 만들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형이 둘 있다

한 명은 태국에 클럽을 차리겠다고 온 형이었다.

야, 택시기사를 10년 하면 뭐가 되냐. 뭐가 되긴, 택시기사지. 사람은 노는 물이 달라야 해.

딱 거기까지만 말했다.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다른 한 명은 나보다 한두 살 많은 형이었다. 본인은 넉살 좋게 생겼는데, 데리고 온 사람들이 누가 봐도 얼굴에 불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무서운 형들이었다.

그 형이랑도 친해져서 술 마시다 물었다. 챙기는 사람도 있고 나름 성공한 것 같은데, 나보다 한 살 많은데 어떻게 이렇게 된 거냐고.

야, 저기 밖에 오토바이 기사들 보이지. 나는 저렇게 살면 그냥 자살할 거야. 어렸을 때부터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어. 그 기준대로 막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이것도 머리를 쳤다.

불법을 하는 저 형이 잘 사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삶의 기준치가 남들과 달랐다. 나도 내가 인생에서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장이 보였다

내가 안 가면 매출이 0이다. 하루에 한 팀 이상 못 받고, 아프면 그날은 없는 날이다. 2년 하니까 끝이 어디인지 알겠더라.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에서 나를 팔지 말고, 다른 걸 팔아볼까.

그때는 온라인으로 돈 버는 법 같은 책도 없었다. 그냥 혼자 깨달아갔다. 가만있어 보자, 나를 팔 게 아니라 뭘 팔아야 하나.

그렇게 나온 게 나를 월 1000만원 넘게 벌게 해준 아이템인데, 그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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